사진이란 무엇일까? 그리스어 ‘photo(빛)’ 와 ‘graphien(그리다)’에서 유래된 말로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photography’는 '빛을 이용해 그린 그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디지털 사진이라는 개념이 없던 옛날에는 카메라가 있어야 사진을 접할 수 있었고, 필름을 사용해 다소 전문적인 영역에 부딪혀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현상, 인화를 위해 사진관, 현상소로 달려가야 했으며, 촬영의 결과물을 받아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일명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 DSLR, 미러리스 등 수없이 많고 간편한 카메라가 일반화 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누구나 항상 지니고 다니는 스마트폰만으로도 좋은 품질의 사진을 빠르고 간편하게 얻을 수 있다. 그야말로 온 국민이 사진가인 시대가 된 것이다. 이렇게 사진이 모두의 삶과 밀접해 있는 지금, 과연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일까?
어떻게 해야 일반인과 다른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전문가와 비전문가,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남들과 다른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눈’ 에 있지 않을까. 이는 ‘다른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것들만을 보느냐, 그것과 차별화 되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느냐’ 혹은 ‘나 혼자만 만족스러운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는지’의 문제일 것이다.
피사체를 사진으로 담는 행위는 확실히 아름다워질 수 없는 피사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진은 실제와 가장 가깝고, 그렇기 때문에 매우 쉽다는 좋을 것도 없는 명성을 얻고 있는 모방 예술이다. 하지만 사진은 다른 예술이 경쟁에서 줄줄이 낙오되는 와중에도 마치 초현실주의처럼 지난 2백여 년간 현대의 감수성을 장악해왔던 유일무이한 예술이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진계의 거장들이 탄생했지만 이번 갤러리에서는 현대사진의 거장 ‘안드레아스 거스키(b. 1955)’를 소개하려 한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출생한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인류와 운명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대규모 작품들을 선보여온 작가이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현대미술 기획전 《Andreas Gursky》를 8월 14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거스키의 대표작 40점과 함께 거스키의 ‘남들과 다른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눈’은 어떻게 ‘좋은 사진’을 포착해내는지 감상해보도록 하자.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40여 년간의 작품 활동을 통해 시대의 감성과 정신을 날카롭게 포착함으로써 현대사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진작가이다. 에센의 폴크방 국립 예술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베른트와 힐라 베허(베허 부부)로부터 유형학적 사진을 공부했다. 이후 동시대 미술의 흐름 속에서 사진의 회화적 감성과 가능성을 실험해 온 작가는 현대사회의 스펙터클한 풍경과 특징을 수평, 수직적 요소를 강조한 구도와 폭 5미터에 달하는 대형 인화 방식으로 표현한다. 자연과 건축, 공간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 문명을 예술로 기록하고자 하는 열망을 담아내며 다양한 변주와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사회의 특징적인 면들을 포착해온 거스키는 1992년부터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컴퓨터로 스캔하여 편집하는 디지털 포스트프로덕션 과정을 도입했다. 작가는 여러 개의 이미지를 이어 붙이거나, 원근법을 무시한 평면적 구성, 대상을 강조하기 위한 색상의 조정 등과 같은 다양한 작업을 통해 피사체의 특징을 극대화시킨 기념비적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거스키의 대표작 <파리 몽파르나스>, <99센트>, <라인강II> 등을 포함한 작품 대부분은이런 작업들을 통해 완성됐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이미지 편집이 간편해짐에 따라 현대사진은 단순한 기록과 재현을 넘어 무한한 예술적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거스키 작품의 특징을 논하려면 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에 대한 언급을 빼놓을 수 없다. 1955년에 태어난 그는 전후의 폭발적인 현대미술 운동들을 직접 보고 느끼며 성장했다. 작가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잭슨 폴록이나 바넷 뉴먼의 추상미술 등 당대의 다양한 경향들을 빠르게 받아들이면서 사진을 현대미술에 본격적으로 진입시켰다. 거스키는 다양한 작품들에 여러 미술사 거장들의 특성과 구성을 적용했다. 이처럼 작가는 사진과 미술의 경계 허물기를 통해 기존 사진의 틀을 벗어나 우리 삶의 실체를 드러내는 예술로서의 사진을 창조하고자 했다.
거스키의 작품을 마주하게 됐을 때 우리는 그 스케일에 놀라고, 작품 속에 나타나 있는 인간과 현대 사회의 모습에 경외감을 느낀다. 거스키 작품의 기념비적 규모는 사진예술에 있어 혁신에 가까운 변화이지 두려움과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과거 인류가 두려워했던 것은 자연, 신과 같이 인간의 힘이 미칠 수 없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두려움의 대상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급격한 변화, 자본주의, 권력, 글로벌리즘 등으로 전이되었다.
현대식 공장, 증권거래소, 대형 건물 등을 촬영한 거스키의 사진에서 무한히 반복되는 건축적 구조는 인간이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권력을 상징하며 이를 마주한 관람객은 작지만 뚜렷하고 선명하게 보이는 인간의 모습에서 숭고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INFO. 글, 전시 사진 임정훈 기자
전 시 명:《Andreas Gursky》
전시 기간: 8월 14일까지
전시 장소: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100)
전시 시간: 10시부터 18시까지 (17시 30분 입장 마감, 월요일 휴관)
문 의 : 02-6040-2345 / museum@amorepacif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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